4.5% VS 35%

신용 1등급인 사람이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면 1년에 약 4.5%에서 5.5%의 이자를 지급하면 됩니다. 반면 신용등급 최하위인 대출자는 적게는 25%, 많게는 35%에 가까운 돈을 이자로 내야 합니다. 철저히 ‘능력’의 논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이자가 크게 차이 납니다. 그야말로 신용은 사람에게 큰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금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에게 신용은 일종의 자본입니다. 신용이 없으면 기업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에는 투자 자본이 밀려들어오지만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투자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게 됩니다. 우수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으면 낮은 금리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반면 신용등급이 나쁘면 높은 금리로 자산을 형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신용등급을 보유하는 것이 자금조달을 유리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그래야 고객들에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줄 수 있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현대캐피탈 영국(HCUK)이 지난 1월 우리나라 금융사로는 최초로 세계 금융지의 중심인 영국에서 3억파운드(한화 5천억원)규모의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에 성공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회사의 신용도우수한 현금흐름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입니다.


높은 신용등급은 ABS 발행의 일등공신

우리나라에서 ABS를 발행하기 위한 조건은 꽤 까다롭습니다. 세금감면, 저당권, 소유권 이전등기 등 각종 특례를 제공하기 때문인데요, 이에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자산유동화 발행 주체를 금융기관, 공기업, 기타 신용도 높은 (BBB- 이상) 기업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에 따라 ABS 발행 조건이 다르다지만 ‘ABS 발행 기업=신용등급이 우수한 기업’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겠네요.

그렇다면 신용등급 책정과 ABS 발행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우선 신용등급 평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용평가사는 경제주체의 신용상태를 전문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고 이를 공표하는 회사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대 신용평가사로 무디스(Moody's)와 S&P, 피치(Fitch)를 꼽습니다. 신용등급을 산정하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가장 핵심은 국가 또는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입니다.

국가의 경우 재정상태와 정치적 리스크 등을 고려하지만 기업의 경우에는 경영관리를 얼마나 잘하는지, 재무적 문제는 없는지, 나아가 사업 전망성 등을 따집니다. ABS 발행 기회는 곧 빚을 잘 갚을 능력이 있는 기업에게 주어지고, 결국 높은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이 ABS 발행을 무난하게 할 수 있습니다.


현대캐피탈의 국제신용등급, 오르고 또 오르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잇따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2년 피치로부터 ‘BBB+(안정적)’ 신용등급을 획득한 이후 일본 신용평가기관인 JCR로부터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인 ‘A+’를, 무디스로부터는 ‘Baa1(안정적)’을 받는 등 잇따라 신용등급이 상향됐습니다. 지난달 초엔 S&P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긍정적)’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현대캐피탈의 최근 국제신용등급


S&P의 이러한 결정은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으로 글로벌 경제가 불안해지고 일부 국가 및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할 만 합니다.


사업구조 다변화, 자금조달 다각화는 ABS 발행의 밑거름

현대캐피탈이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현대캐피탈은 다른 여신금융사들과 달리 해외 사업에 눈을 돌리며 사업 구조다변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영국에서의 ABS 발행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뤄졌죠. 해외 투자자로부터 우수한 사업성을 인정받은 현대캐피탈이기에 국내에서도 성공시키기 어려운 ABS 발행을 금융의 본고장 영국에서 이뤄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더불어 현대캐피탈은 국내 시장의 의존도를 줄이고 자금 조달다각화하는 등 글로벌 금융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성을 바탕으로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도 입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S&P는 현대캐피탈이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자회사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용프로파일이 향후 24개월 내에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점, 현대자동차그룹이 어떤 상황에서도 현대캐피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줬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현대캐피탈 영국의 ABS 발행은 한국 금융소비자들에게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앞서 말했지만 금융사의 ABS 발행은 결국 금융사의 수익, 즉 소비자들이 대출을 갚아나갈 능력이 가장 큰 고려 대상입니다. 국내 1위 여신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이 해외에서 ABS를 발행했다는 것은 한국 소비자들대출 상환능력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향상과 ABS 발행의 이면에는 한국 소비자들의 기여도 역시 적지 않습니다.

 

Writer. 김수희
  前 아시아경제,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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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금융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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