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액이 큰 자산일수록 합리적인 가치 평가가 필요


로또 복권의 기대값은 50% 정도라고 합니다. 1,000원의 로또 복권을 사면 평균적으로 받을 수 있는 당첨금이 500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복권을 사면서 복권의 기대값을 따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복권 한 장의 금액이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복권 한 장의 가격이 1,000만 원이라면 아마 사람들은 이 복권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투자금액이 커질수록 더욱 합리적인 투자를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채권이나 주식 같은 금융상품 분야에서 일찍이 현재가치 할인법과 같은 아이디어가 발달해온 것이죠. 채권이나 주식보다도 더 투자금액이 큰 자산도 있는데요, 바로 부동산입니다. 과연 부동산도 현재가치 할인법을 이용하여 적정가치를 구할 수 있을까요?



수익이 영구적으로 발생하는 토지의 가치 구하기


미래에 창출되는 수익을 계량화할 수 있다면 부동산도 현재가치 할인법을 사용하여 적정가치를 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토지에서 매년 1,000만 원의 순수익(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금액)을 거둘 수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이 토지의 적정가치는 얼마일까요?


매년 일정한 수익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자산의 현재가치는 아래의 식을 사용하여 계산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토지는 수익이 영구적으로 나오는 자산입니다. 따라서 기간을 무한대로 늘려서 현재가치를 계산해야 합니다. 무한히 반복되는 미래현금흐름의 합을 계산할 때는 고등학교 때 배운 무한등비급수의 합을 구하는 계산식을 이용해야 합니다. 초기값이 A(초항)이고 매번 곱하는 값이 R(공비)일 때 무한등비급수의 합(S)은 A/(1-R)입니다. 위의 식에서 초기값은 CF/(1+r)이고 매번 곱하는 값이 1/(1+r)이므로 이를 A와 R에 대입해보면 현재가치 PV = CF/r 이 됩니다.

 

 


 

즉, 매년 1,000만 원의 순수익이 나오는 토지의 현재가치는 1,000만 원/r(할인율)입니다. 만약 할인율 4%를 적용한다면 이 토지의 가치는 2억 5천만 원, 할인율 5%를 적용한다면 2억 원이 될 것입니다.

 

 

 

 

영구적 수익이 발생하는 자산은 할인율에 따라 적정가치가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할인율을 적용할 때 신중해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할인율은 투자 자산의 기대수익률과 같은 개념입니다. 만약 과거 역사에서 검증된 토지의 평균 수익률이 5%라면 이를 할인율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할인율이 5%인 경우 매년 1,000만 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토지의 현재가치는 2억 원입니다. 이때 토지의 가치는 수익의 20배가 됩니다. 만약 할인율이 10%라면 토지의 가치는 수익의 10배가 됩니다. 이처럼 자산의 가치를 연간 수익으로 나눈 비율을 PER(Price Earning Ratio)이라고 합니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PER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겁니다. 보통 주식의 PER은 10배 정도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주식의 할인율, 즉 기대수익률을 10%로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식의 역사적인 수익률은 10%에 이를 정도로 높은 기간이 많았는데, 이는 주식이 채권이나 토지보다 훨씬 위험한 자산임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수익이 정해진 기간 동안 발생하는 건물의 가치 구하기


그런데 부동산에는 토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부동산은 주택입니다. 주택을 거래할 때는 일반적으로 토지와 건물을 묶어서 가치를 계산합니다. 따라서 건물의 가격을 따로 구하여 토지 가격에 가산해야 합니다


건물은 토지와 다르게 영구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습니다. 건물은 사용할 수 있는 수명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명이 끝날 때까지 같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건물을 임대해 수익을 얻을 경우, 건물이 낡아질수록 임차인은 비용을 적게 지불하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건물의 가치를 구할 때는 초기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평균적인 임대 기간을 가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초기에 1,000만 원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고, 매년 일정한 비율로 임대수익이 감소해 80년 후 쯤엔 임대수익이 0원 되는 건물이라면 이 건물의 평균적인 임대 기간은 40년이 되는 것입니다.


만약 매년 1,000만 원의 임대 수익을 평균 40년 동안 얻을 수 있는 건물이라면 적정가치가 얼마일까요? 이것은 이전 글에서 다뤘던 황금알을 낳은 거위를 구하는 것과 같은 문제가 됩니다. 할인율을 5%라고 가정한다면 1,000만 원 현금흐름의 현재가치표에서 40년에 해당하는 금액 약 1억 7천만 원이 이 건물의 적정가치가 됩니다.

 

 



현재가치 할인법으로 아파트의 적정가치 구하기


이제 토지와 건물의 가치를 합하여 주택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토지의 가치가 2억 원이고, 건물의 가치가 1억 7천만 원이므로 주택의 적정가치는 3억 7천만 원이 됩니다.


그런데 위의 사례처럼 단독주택인 경우 임대용 부동산으로서의 투자가치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체 가치가 3억 7천만 원인데 임대수익은 천만 원에 불과하므로 이 주택의 임대수익률은 2.7%(=1천만 원/3억 7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위험이 거의 없는 국채에 투자해도 이 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 국채보다 훨씬 위험한 이 주택에 투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파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파트는 같은 토지를 이용하더라도 단독주택보다 건물의 면적을 넓힐 수 있습니다. 건물에는 용적률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용적률은 건물의 각 층 면적을 모두 합하여 전체 토지 면적으로 나눈 값입니다. 만약 전체 토지의 절반을 2층 건물이 차지하고 있다면 용적률은 100%가 됩니다. 단독주택의 용적률은 대개 이 정도의 수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아파트의 용적률은 단독주택보다 높습니다. 토지 전체를 2층 건물이 차지하는 용적률 200%의 아파트는 100%인 단독주택에 비해 건물의 연면적이 두 배로 큽니다. 따라서 단독주택보다 임대수익을 두 배로 거둘 수 있습니다.


용적률 100%의 단독 주택에서 1,000만 원의 임대수익을 얻는다면, 용적률 200%의 2세대 아파트에서는 총 2,000만 원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독 주택의 가치가 1억 7천만 원이었으므로, 아파트 가치는 두 배인 3억 4천만 원이 됩니다. 토지의 가치가 2억 원이었으므로 토지와 건물을 합한 아파트의 총 가치는 5억 4천만 원이 됩니다.


만약 1세대의 아파트 가치를 구한다면 5억 4천만 원의 절반인 2억 7천만 원이 됩니다. 건물 가격은 단독주택과 마찬가지로 1억 7천만 원이지만 토지 가격이 1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이처럼 아파트에서는 세대수가 늘어날수록 단위 세대에 해당하는 토지 가격이 낮아지게 됩니다. 이 아파트의 임대수익률은 3.7%(=1천만 원/2억 7천만 원)가 됩니다. 이 정도 수익률이라면 투자를 할 가치가 있을까요? 아마 투자자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실제 서울 아파트의 평균 임대수익률이 3% 초반에 불과하므로, 많은 사람이 위의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것 같습니다.



투자자가 현재가치 할인법을 학습해야 하는 이유


어빙 피셔(Irving Fisher)는 수리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위대한 경제학자입니다. 그는 1906년에 이미 주식의 가치 평가에 현재가치 할인법을 사용할 것을 권했습니다. 당시 발간한 “자본과 소득의 속성”이란 책에 나온 구절을 인용해보겠습니다.

 

 

“모든 투자가치는 향후 창출되는 수익의 합이다. 미래에 들어오는 돈은 현재 가진 돈보다 가치가 떨어진다. 사람들은 참을성이 없기 때문에 다른 생산활동에 투자하지 않아서 생기는 기회비용을 보상받고 싶어 한다. 따라서 투자의 현재 가치는 향후 기대되는 현금흐름을 투자자의 현금 선호도, 즉 이자로 할인한 것이다.”


“예전엔 기업들이 채권표와 원가계산표를 쓰지 않았고 심지어 생명 보험사들은 연령별 사망률도 고려하지 않은 채 보험을 계약했다. 이렇듯 회계사와 보험계리인들이 업무 행태를 엉성하게 바꾼 것처럼 투자자들이 미래 수익을 어림짐작해서는 안 되며 통계와 확률을 접목한 현대적 방법으로 계산해내야 한다.”


– “죽은 경제학자들의 만찬”에서 인용

 

 

사실 어빙 피셔는 자신의 투자이론을 과신하여 1929년 대공황 발생 직전에도 주식에 과감히 투자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많은 재산을 잃었고, 역사에서는 투자에 실패한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가치를 이용하여 자산의 가치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려 했던 그의 아이디어는 현대 금융공학의 문을 연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빙 피셔의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주식뿐만 아니라 토지와 아파트와 같은 다양한 부동산의 이론 가격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현재가치 할인법은 적정 가격, 이론적 가치를 산출하는 데 가장 유용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현재가치 할인법을 통해 부동산의 이론적 가치를 산출하는 방법과 사례를 알아봤는데요, 그렇다면 현재 사는 집 혹은 앞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부동산의 이론적 가치는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치와 어떻게 다를까요? 다음의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각 실물 변수를 대입함으로써 부동산의 적정 가격을 알아봅시다.



‘현재가치 할인법’으로 부동산 적정가치 계산하기

세대수
토지가치90,000,000
주택가치510,000,000
건물가치20,000,000
단위 세대 임대 수익률125.2
세대수
90,000,000 만원
510,000,000 만원
20,000,000 만원
125.2 %

* 상위의 가치와 수익률은 모두 단위 세대 기준




지금까지 미래 발생 현금흐름, 즉 임대료를 두고 이를 수취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부동산의 현재가치를 산출해 봤는데요, 세입자의 입장에서도 현재가치 할인법을 통한 적정가치(이론가치)의 계산 방식은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청담동 A 아파트에 입주하려는 전세 세입자라면 자신이 납부하는 임대료를 기반으로 이론가격을 산출해 보고, 이를 시장가격과 비교해 보는 것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납부하는 임대료 수준이 과도한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저렴한지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납부 임대료로 계산한 부동산의 현재가치(이론가치)가 시장가치보다 낮다면 세입자는 과소 금액을 납부하는 것이고, 이론가치가 시장가치보다 높다면 과도 금액을 납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물론 현재가치 할인법으로 계산한 이론 가격을 지나치게 맹신해선 안 될 것입니다.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이론적인 현재가치는 할인율과 수익환원 기간의 가정에 따라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가치 할인법을 이용하여 이론 가치를 구해봄으로써 실제 거래되는 가격이 어떤 원리로 형성되고 또 변화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투자의 대상에 따라, 기간에 따라, 물가 상승률을 비롯한 거시 환경의 변수에 따라 투자 자산의 가치가 어떤 방향으로 얼마만큼 변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투자자가 현재가치 할인법을 학습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입니다.



 

Writer. 김희준

  현대자동차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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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금융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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