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목적과 전략에 기반한 해외진출 


명확한 목적은 기업 가치를 높이고 고객에게 기업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강력한 도구가 된다. 스웨덴의 세계적 가구업체 이케아(IKEA)는 자신의 목적을 ‘사람들에게 더 나은 일상생활을 안겨주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케아가 자신의 목표를 단순히 ‘좋은 가구를 값싸게 파는 것’이라고 규정했다면, 비슷비슷한 수많은 가구회사 중 하나가 되어 고객의 뇌리에서 잊혀졌을 것이다. 영국 최대 고급 스피커 회사인 바우어스&윌킨스(B&W)는 자신의 목적을 ‘고객이 더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전달자’라고 규정했다. ‘최고급 대형 스피커를 만드는 것’이라는 목적을 고수한 기존 고급 스피커 회사들은 디지털 음악 시대가 도래하면서 쇠퇴했지만, B&W는 아이팟, 아이폰용 스피커를 개발함으로써 자신의 목표와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해외 진출은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다. 진정한 ‘현지금융사’가 되는 것이다. 목적이 명확하니 전략이 파생된다. 현대캐피탈은 치밀한 시장 분석과 체계적 진출 전략을 먼저 세웠고, 현지 금융사와 제휴, PL(Private Labeling) 계약 등을 통해 현지에 효과적으로 녹아들었다. 


현대캐피탈은 향후 미주-아시아-유럽을 잇는 글로벌 컴퍼니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한국은 글로벌 본사인 동시에 여러 세계 거점 중 하나인 ‘한국 법인’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문화, HR, 마케팅과 운영 등 모든 측면에서 전 법인의 통일성과 일체감을 추구하는 전략을 자연스레 취하게 된다. 


글로벌 오토 포럼(Global Auto Forum, 이하 GAF)은 현대캐피탈이 진정한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라는 고민에서 나온 해법이다. 분명한 목적을 지닌 기업만이 할 수 있는 한발 앞선 변화인 셈이다. 



Global Auto Forum, ‘글로벌 집단지성’ 펼치다 


지난 5월 12~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Newport Beach)에서 현대캐피탈 글로벌 오토 포럼이 열렸다. GAF는 현대캐피탈 본사와 해외 법인 실무자들이 모여 각각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공유하고 노하우(know-how)를 배우자는 취지로 지난 2010년부터 열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로 7번째를 맞이한 GAF에는 HCA(Hyundai Capital America), BHAF(Beijing Hyundai Auto Finance), HCUK(Hyundai Capital UK), HCE(Hyundai Capital Europe), HCR(Hyundai Capital Russia), HCB(Hyundai Capital Brazil), HCIN(Hyundai Capital India) 등 해외 법인장과 현지 MD(Managing Director)인 HCUK Stewart Grant 등 현지 임직원이 함께 참석하여 국적 불문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포럼은 발표, 청중석과의 질의응답, 패널 토론, 특별 강연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GAF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세계 각국의 의견이 취합, 융합되면서 창의적 솔루션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글로벌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장(場)으로 기능했다. 

 

 

 제7회 글로벌 오토 포럼 현장에서 전세계 현대캐피탈 임직원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HCA를 벤치마킹하다 

GAF 첫날 열린 ‘HCA 벤치마킹 세션’에서는 HCA의 영업, 마케팅, 가격 정책, 자동차 제조업체와 협업 등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HCA의 전신인 HMFC(Hyundai Motor Finance Company)는 지난 1989년 세워졌다. 지난 2008년부터는 현대캐피탈이 경영자문을 시작하고 본사 임원을 CEO로 보내면서 약 6년 만에 자산이 5조에서 22조로, 인수율(현대·기아차를 구매하는 고객이 현대캐피탈을 이용하는 비율)은 17%에서 45%까지 늘었다. 이처럼 선발 법인으로서의 HCA의 성공적 시장 안착 전략을 나머지 후발 법인들이 배워 시행착오를 줄여보자는 게 첫날 세션의 취지였다. 


 HCA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특히 HCA Joanna Sherry 부사장이 지난해 론칭한 자동차 보장 서비스 상품인 HCI(Hyundai Capital Insurance)에 대해 설명하자, 타 법인의 질문이 쏟아졌다. 황유노 현대캐피탈 부사장은 이 같은 보험상품의 한국 판매 가능성을 타진했고, 다른 해외 법인들에서도 HCI에 관심을 보였다. 토론 과정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전자제품 하나를 살 때도 보험 상품을 함께 구입하는 등 ‘서비스로서의 보험’에 익숙하다는 것도 HCI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따라서 의무보험 외 추가적 자동차 보험에 익숙지 않은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개별 보험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비자들이 애플의 전자제품을 살 때 함께 구입하는 1년 기한 보증 상품인 ‘AppleCare’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럼에서는 이밖에 HCA의 과학적 가격 결정 정책, 지역별 차량 판매량에 기반을 둔 영업∙마케팅 정책, 활발한 차량 제조사(OEM)와의 협업 등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고, 타 법인들은 이를 어떻게 자신들의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할 것인지 함께 고민했다.



베스트 프랙티스 공유 – PCP는 왜 영국에서 성공했나 


2, 3일째 Auto Forum 세션에서는 패널 토론 방식을 도입해, 국가별 잔가보장할부(Personal Contract Purchase, 이하 PCP) 도입 사례와 도매금융 론칭 이슈 및 성공사례, 심사 효율화와 사기 방지 등을 주제로 해외법인과 본사 전문가들 간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영국과 유럽(이태리) 법인에서 PCP의 성공 전략을 발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올 상반기 유럽 시장 전체의 자동차 판매량은 7% 감소했는데, 현대∙기아차의 영국 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현대캐피탈 영국은 목표 대비 30~40% 가량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영국 진출 1년만에 자산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PCP의 성공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2013년 8월 PCP를 런칭한 이태리에서는 7개월 만에 할부금융 시장점유율이 1%에서 20%로 뛰었다. PCP는 차량 가격의 일부를 매월 할부로 내고, 나머지 금액은 중고차를 팔아 갚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때 중고차를 경매에 부쳐 낙찰가가 남은 차량 가격보다 높으면 고객에게 돌려주고, 낙찰가가 더 낮더라도 보전해주며, 경매 비용은 전액 회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고객이 신경 쓸 일이 없다. 영국에선 지금까지 주로 60개월 자동차 할부 상품이 판매되어왔는데, HCUK는 이를 36개월로 줄이면서 월 할부금까지 30% 줄인 PCP 상품을 내놨다. 이렇게 되면 고객은 싼값에 차를 타다가, 할부금을 내고 남은 여유자금으로 새 차를 사는 데 보탤 수 있어 유리하다. 


HCUK의 Stewart Grant 이사는 “PCP를 단순히 금융상품의 개념으로 도입해서는 안 되며, 자동차제조사와 밀접하게 연계된 교체주기관리(Trade Cycle Management, TCM)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즉, PCP를 도입해도 고객에게 수많은 할부금융상품 중 ‘하나의 선택지’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되며, ‘고객 재유치’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OEM-딜러-금융사 3자간 긴밀한 협업이 이뤄져야 PCP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처음 PCP가 출시됐을 때부터 실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PCP가 제조업체의 판매 프로세스와 통합되도록 노력했고, 딜러 교육과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힘을 쏟았기에 가능한 성공이었다. 결국 PCP가 성공한 시장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고객 만족을 위해 PCP를 적극 활용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현대차 이태리 법인은 아예 PCP 판매를 위해 딜러 교육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교육 품질을 높였고, 일반 할부 상품을 팔 때보다 PCP를 팔 때 딜러들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기아자동차 딜러샵



J.D. POWER는 왜 현대캐피탈을 고객 만족도 1위 회사로 지목했나 


이번 GAF에서는 세계적 소비자조사기관 J.D. POWER의 Michael Buckingham 부사장을 연사로 초청, 금융소비자 만족도 향상의 조건과 Insight를 듣고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지난해 J.D. POWER에서 진행한 미국 소비자금융만족도(Customer Financing Satisfaction, CFS) 조사에서 현대캐피탈의 기아차금융과 현대차금융이 각각 1, 3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할부금융을 이용할 때 얼마나 만족했는지를 평가한 것인데, 현대캐피탈은 포드, 도요타, 혼다 등의 세계적 자동차 금융사들은 물론 웰스파고, BOA 등 쟁쟁한 미국 은행들보다도 고객 만족도가 높았다. 


그런데 1년 전인 2012년만 해도 같은 조사에서 HCA의 현대차 금융 부문은 6위였고, 기아차 부문은 순위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드라마틱한 반전은 HCA의 끊임없는 서비스 혁신에서 비롯됐다. HCA는 고객 신용정보를 검토하고 고객에게 상품 조건을 제안하는 시간을 미국 업계 평균인 15분보다 40% 빠른 9분대로 단축, 고객 대기 시간을 줄였다. 또 계좌 관리와 서비스 변경 등 고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기능을 보다 쉽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청구서 역시 청구와 입금 등 핵심적인 내용을 전면에 배치해 단순화시켰다.



J.D.POWER가 미국에서 실시한 소비자금융만족도 조사 결과, 

2012년 기아차금융은 순위권에 포함되지 못했고 현대차금융도 6위에 그쳤으나, 1년 만에 각각 1, 3위를 달성했다. 



마이클 부사장은 “현재의 오토 파이낸스 고객은 할부금융사를 고를 때 매우 다양한 선택에 직면한다”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고객의 결정은 딜러의 추천이나 금리뿐 아니라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의 서비스 같은 ‘체험’에서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금융회사에 매우 만족한 고객의 95%는 차를 재구매할 때 같은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객 만족 1등 회사가 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AF에서 만난 외국인 직원들의 이야기 


“미국에서 현대캐피탈은 처음엔 한국의 자동차 브랜드 회사의 전속 금융사로만 인식됐지만, 이제는 굉장히 특별한 회사가 됐다. 우리는 미국 오토 파이낸스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가 됐고, 미국의 직원들 역시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Tim Devine, HCA Senior Vice President Sales, Credit & Marketing)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캡티브 금융사에서 일했었다. 세계 수준의 오토 금융 비즈니스를 함께 하고 싶어 현대캐피탈로 왔다. 팀웍이 좋고,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우리의 장점이다. HCA의 직원들 모두가 즐겁게 일하고 있다”                                                                                      

(Eckart Klumpp, HCA Vice President Servicing) 


“현대캐피탈의 해외 법인 임직원들과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매우 뜻깊다. 우리는 유럽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흥미로운 많은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선 딜러들을 상대로 한 도매 금융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포럼을 통해 우리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세계 법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Christian Schmitz, HCE 부장)


 

 


현대캐피탈이 GAF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법인 간 교류와 파트너십 강화를 넘어선, ‘공유 가치 창출’이다. 실제 이번 포럼에서 각 법인들은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게 됐을 뿐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 해결에 참여함으로써 서로에게 Insight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공유를 통해 창의적 해결방법을 찾아내고 하나의 분명한 목적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것, 글로벌 컴퍼니로 도약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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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금융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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