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2건)


금융사에 있어 신용등급은 자산이나 다름없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신용등급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신용 사회’다. 이제는 신용(信用)이란 단어가 대출거래(credit)란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선 더 기본적인 의미, 즉 ‘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 또는 그런 믿음성의 정도’란 의미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반 기업과 금융사, 국가의 채권 발행이 늘어나고 금융상품의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신용은 훨씬 중요해졌다. 쉽게 말해 돈을 빌려줄 때(채권을 살 때) 상대방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지를 측정하는 신용평가의 필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기업이든 국가든 신용등급이 높다면 믿을 수 있다는 얘기니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신용등급이 낮으면 이자를 더 안겨주고라도 투자를 유치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 평가를 하는 곳이 바로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다. 


우리에게 신평사는 한 때 ‘저승사자’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갖고 있는 외환이 바닥나 금융시장은 동요하는데 어찌 손 써볼 수도 없던 1997년 가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가 연속해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순식간에 ‘투자 부적격’ 수준까지 갔다. 채권을 발행한다 해도 아무도 투자하려 하지 않는 등급까지 내려간 것. 외국인 자금은 더 속도를 붙여 빠져나갔고 금융시장은 황폐화됐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리고 만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고금리 정책 등 IMF의 요구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경제가 회복되어 가자 1999년 들어서야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런 가혹한 경험 때문에 신평사란 존재는 권력기관처럼, 혹은 공적인 기관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사실 S&P, 무디스, 피치 등 신평사는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사기업이다. “이 회사의 채권에 투자해도 좋은지”를 평가해주고 그에 따른 이익을 챙기는 곳이란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주범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신평사들이 부실해진 모기지(부동산 대출) 채권이나 여기서 파생된 금융상품에 너무 관대하게 등급을 매겼고, 위험 신호를 제 때 감지해 경고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만 믿고 투자했던 이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긴 것도 그랬지만 특히 월스트리트(증권사 등 금융사)와 손잡고 부실위험을 숨긴 것 아니냔 의혹도 받았다. 



* 출처: gary yim / Shutterstock.com



그렇지만 이들이 많게는 150여년 구축해 사용해 온 신용평가 시스템은 그 오랜 시간 금융거래의 기준이 돼 왔고 그 만큼 ‘신용’을 쌓아 왔다. 그래서 여전히 투자와 자금조달, 대출 등 금융시장의 주요 거래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절대 강자의 자리에 머물 것만 같던 미국의 신용등급까지도 손을 댔다. 지난 2011년 8월 S&P는 트리플A(AAA)였던 미국의 신용등급을 더블A플러스(AA+)로 한 단계 낮췄다. 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의 등급도 낮아질 수 있다는 사실에 전 세계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최근엔 브라질, 터키 등 정정 불안과 이로 인한 외국 자본의 이탈, 경제 기초체력의 약화를 겪고 있는 신흥국 등급이 줄줄이 낮아지고 있다. 한 때 강자였으나 한국과 중국 등에 밀리고 있는 소니를 비롯한 일본 전자업체들의 신용등급이 3대 신평사로부터 줄줄이 ‘투자 부적격’ 수준으로 낮춰진 것도 상징적인 일이었다. 


특히나 금융사에 있어 신용등급은 자산이나 다름없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신용등급이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자금을 마련할 때 신용등급이 낮아 비싼 이자를 주고 빌리면 당연히 고객에 대한 대출이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은 S&P 기준으로 ‘BBB+’. 지난 2월 상향조정됐다. S&P는 또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는데 이는 상황이 더 개선되면 등급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 현대캐피탈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고, 고객의 입장에선 대출 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현대캐피탈 영국 법인이 3억 파운드(531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성공한 것은 자금조달 시장을 해외로까지 넓힐 수 있는 능력을 확인시켜줬다. 지난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은 약 1조원에 달하며, 영국 외에도 중국, 브라질 등에 진출해 있는 만큼 자금 조달의 글로벌화, 궁극적으로 글로벌 금융회사로서의 도약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Writer. 김윤경

  <뉴스핌> 국제전문기자, YTN FM <김윤경의 생생경제> 진행자




ABS 발행하신다고요? 국제신용등급부터 높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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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금융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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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4일 현대캐피탈이 말레이시아 신용평가기관인 RAM(Rating Agency Malaysia)으로부터 최고등급인 AAA를 Reaffirm 받았다는 기사가 났다. 작년에 최고등급인 AAA 등급으로 상향 조정된 후 올해도 그 등급을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현대캐피탈, RAM 최고등급 AAA 획득 (매일경제) ▶ 기사 원본보기




보통 신용평가사 하면 S&P, Moody’s, Fitch를 떠올리기 때문에 RAM이라는 이름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할 것이다. 게다가 현대캐피탈이 위에 언급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이미 우수한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더욱 왜 굳이 현대캐피탈이 말레이시아 신용등급을 받았을까 하는 의아심이 들 수도 있다.

현대캐피탈이 처음 RAM으로부터 등급을 받은 것은 지난 2008년이었다. 그 이후 2010년에 통상등급상승 이전에 거치게 되는 전망 조정으로 긍정적 전망(Positive Outlook)을 받았다. 그리고 2011년에 RAM내 최고등급인 AAA를 받고 올해 그 등급을 유지한 것이다. 신용등급을 받는 이유는 물론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올해까지 총 8차에 걸쳐 말레이시아 통화인 링깃 (MYR: Malaysian Ringgit) 본드를 발행했다. 만기도 1.5년~5년 등으로 다양하고 규모도 적게는 205백만링깃부터 많게는 660백만링깃까지 다양하게 발행하였다.




그럼 현대캐피탈은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왜 채권을 발행할까?


채권을 발행하는 시장은 크게 US달러 통화 채권과 기타 통화 채권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US달러 통화 채권은 미국시장에 국한된 채권이 아니라 전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글로벌 채권(Global bond)라고 불린다. 즉, 현대캐피탈이 글로벌 채권을 발행하면 통화는 US달러가 되고 전세계 각지의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딜이 되는 것이다.

언론의 찬사를 받은 현대캐피탈 글로벌 채권 발행



반면 기타 통화 채권은 통상 틈새시장(Niche Market)이라고 불리는데, 대개는 특정 통화를 사용하는 Local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채권이다. 말레이시아 채권뿐만 아니라 사무라이 본드로 불리는 일본 엔화 채권이나 스위스프랑 채권이 모두 이 틈새시장에 포함된다.

발행규모나 투자자 접근성 면에서 글로벌 채권이 가지는 강점이 분명히 크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글로벌 채권 시장이라고 해서 항상 발행 여건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례로 지난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글로벌 채권 발행이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 국내 채권시장과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하여 해외 채권을 발행하듯 틈새시장을 찾아 놓는 것이다. 틈새시장도 글로벌 시장과 유사한 싸이클로 움직이지만, 시장 자체의 환율 및 금리에 따라 약간의 시차를 두고 움직이기 때문에 그 시차를 이용한 다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즉 시장 상황에 따라서 국내, 글로벌, 틈새 등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가장 최적화된 조달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RAM AAA 등급은 얼마나 우량한 등급일까?


현대캐피탈 외에 RAM으로부터 등급을 받고 있는 국내기관은 하나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이렇게 총 3개 은행뿐이다. 모든 신용평가사들마다 나름의 방법론을 가지고 각 기관을 평가하지만, 공통적으로 은행에 대해서는 국가의 지원을 감안하여 상당히 우호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RAM도 위의 은행들을 모두 AAA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국내은행 외에 RAM 내에서 AAA를 받고 있는 금융기관은 총 28개 기관인데, 이들 모두 은행 혹은 은행계 금융사이다. 그러니 국가지원도 없고, 수신 기능도 없는 현대캐피탈이 이들 은행과 같은 최고등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내막을 알고 보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국내은행의 RAM 등급 및 등급최초부여 연도
• 기업은행 AAA (2008년)
• 하나은행 AAA (2009년)
• 산업은행 AAA (2011년)
• 현대캐피탈 AAA (2008년 Aa1 – 2011년 AAA)




그렇다면 현대캐피탈이 AAA 등급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용평가사에서는 등급을 최초로 부여할 때뿐만 아니라 등급에 대한 의사결정이 있을 때마다 그 의사결정 결과와 함께 신용평가사의 Opinion을 공개한다. 이를 Press Release라고 부른다. 이 PR에서 신용평가사는 해당 기관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론도 설명하고 왜 등급을 상향 혹은 하향 조정했는지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다. 이번에 RAM이 현대캐피탈의 등급을 AAA 등급으로 유지하기로 한 이유는 RAM의 PR에 잘 나와있다. 그 핵심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자동차할부 금융 시장 내에서의 우월한 지위
• 안정적인 이익 기반
• 우수한 유동성 및 자본 구조
• 지속적인 양대 주주의 지원




RAM PR 보기


특히 주목할 부분은 RAM 뿐만 아니라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국내외 경제환경과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이 증가하고 있는 2012년도에 오히려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상승 혹은 전망 상승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올 들어 현대캐피탈은 1월에 Moody’s의 신용등급이 “Baa2(긍정적)”으로 전망 조정된 데 이어 6월에는 Fitch의 신용등급이 “BBB+(안정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성과를 달성한 바 있다.

신용등급은 금융기관의 우량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보다 실질적으로 채권 발행 시 가산금리(Spread)를 결정하는 기본 척도가 되기 때문에 조달비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조달에서의 우위는 결국 가격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는 것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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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금융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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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뷰티플 2012.07.16 09: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대캐피탈이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는군요 오오

  2. 플로우 2012.07.24 14: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RAM이라는 데도 있었구나. 해외기관에서 최고등급이라니...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