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노믹스' (1건)

 

“우유 대신 두유로 카페라떼 톨(tall) 사이즈 하나, 에스프레소에 샷 추가해서 더블샷으로 하나 주세요.” 커피 한잔을 주문할 때에도 저마다의 취향이 묻어납니다. 같은 회사, 같은 부서, 같은 직급의 두 손님이지만 한 명은 두유를 넣은 카페 라떼를 즐기고 다른 한 명은 더블샷을 넣은 쓴맛의 커피를 즐기는 손님입니다. 음료 구입시 손님의 주문 사항을 반영해주는 커스텀 메이드 서비스를 실시하는 스타벅스에서는 같은 음료를 주문해도 맛이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뉴욕, 런던, 도쿄 등 전 세계의 스타벅스 어디에서나 이처럼 개성이 반영된 주문을 들을 수 있는데요, 규격화된 프랜차이즈 기업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소비자 집단’이라는 용어가 무색할 만큼 소비자는 이제 하나의 군단이 아니라 개별적인 자아의 집합이 되고 있습니다.

 

 

 

 

강한 자아가 투영된 소비, ‘에고노믹스’

 

현대인들은 타인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자신을 주장합니다. 유행을 추종하는 집단적 소비 패턴이 강하게 나타나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주관이 반영된 소비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행하는 레깅스를 입는 대신 1873년 처음 출시됐던 리바이스 ‘501 청바지’를 고집하는 20대 대학생, 중년 여성들이 선호하는 알이 굵은 진주 목걸이 대신 심플한 실버 목걸이를 선택하는 50대 여성 등 대중적인 유행과 개성 추구가 공존하는 양상인데요. IT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소비자가 최신 스마트폰을 선호할 것 같지만, 통화와 문자 메시지 기능 위주의 알뜰폰이나 출시된 지 오래된 특정모델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처럼 타인의 시선이 중요한 몰개성 소비가 아닌 나의 만족이 우선인 ‘개성 소비 시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을 보면 고객 주문형 제품이나 맞춤 서비스 분야의 마케팅이 대세가 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자아가 담긴 소비, 즉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지갑을 여는 소비를 ‘에고(Ego) 소비’라고 지칭합니다. 에고 소비가 글로벌 트렌드로 확산되면서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 탄생했는데요, ‘팝콘 리포트’ ‘미래생활사전’ 등 유명 저서를 집필한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페이스 팝콘(Faith Popcorn)은 이와 같은 개성주의적 트렌드를 ‘에고노믹스(Egonomics)’로 명명했습니다.

 

 

컨버스 운동화에 밍크코트? ‘믹스 앤 매치’ 소비

 

에고 소비가 강해지며 나타나는 또 다른 현상이 ‘믹스 앤 매치(mix & match) 소비입니다. 이는 기존 특정 가격대, 특정 수준에 포지셔닝된 상품을 일관되게 소비했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과 서로 상반된 이미지의 브랜드를 나만의 기준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전 고소득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값비싼 제품으로 갖춰 입으며, 최고급 럭셔리 자동차를 타고 명품 슈트와 고가의 구두, 가방과 시계를 착용하는 것이 당연했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소득 수준에 맞춰 알뜰하게 소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반면 ‘믹스&매치 소비’의 패턴은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만 살펴봐도 알 수 있는데요. 500만 원짜리 명품 핸드백을 들고 있는 동시에 7만 원짜리 청바지를 입은 사람, 컨버스 운동화에 밍크코트를 걸친 사람 등으로 말이죠.

 

이러한 믹스&매치 소비 패턴은 소비자의 주관이 굉장히 분명하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끼며 높은 가치를 두는 제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저렴해도 무방한 제품에는 돈을 아낍니다. 그렇다고 특정 제품군에 두는 가치가 모두 동일한 것도 아닙니다. 개성과 자아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와 이미지의 브랜드를 동일 제품군 안에서 소비합니다. 명품 핸드백을 든 여성의 옷장 안에 저렴한 핸드백이 많을 수도 있고, 30달러 청바지를 입기도 하지만, 300달러 이상의 고가 프리미엄 청바지를 착용하기도 합니다. 핸드백의 가격과 TPO(Time, Place, Occasion 시간 장소)가 꼭 일치하는 것도 아니고, 그날 입은 옷의 스타일에 따라 다른 핸드백을 들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주관과 자아가 소비를 통해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에고 소비의 또 다른 단면, ‘노 브랜드’ 현상

 

‘하이테크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지스 매케나(Regis McKenna)는 일찌감치 2000년 경영분야 잡지인 ‘비즈니스(Business) 2.0’과의 인터뷰에서 “브랜드가 죽었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 후 실제로 전 세계에는 ‘노(No) 브랜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는 에고 소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굳이 유명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드러낼 필요성이 사라진 에고 소비가 곧 ‘노 브랜드’ 현상으로 연결된 것인데요.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다 못해 사랑하는 마니아 소비자들과 브랜드가 부각되지 않는 ‘노 브랜드’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공존하는 시대입니다.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는 노 브랜딩(No Branding) 전략을 펼치는 기업에 손을 들어주는 소비자가 생긴 것입니다. 에고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무엇’이라는 기업이 내세우는 브랜드 전략에 휩쓸리지 않고, 상품 본연의 기능 등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상품을 구매합니다.

 

‘노 브랜드’ 선호 현상으로 히트상품 반열에 오른 ‘브랜드’도 있습니다. 일본의 생활용품 브랜드인 ‘무지(無印良品 · MUJI)’는 생활용품, 의류, 가구, 식품 등 다양한 상품을 생산 및 유통하는 기업으로 제품의 로고를 없앤 노브랜딩 전략을 구사합니다. 상품의 품질과 서비스에 승부수를 던진 끝에 이를 알아준 소비자들에 힘입어 일본 외의 해외까지 진출하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머징 국가의 큰 손, 에고 소비 세대

 

이머징 국가에서도 에고 소비의 확산을 이끄는 새로운 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바링허우’, ‘주링허우’ 세대만 보더라도 중국의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소비 패턴을 보입니다. ‘바링허우(八零後)’는 중국이 1가구 1자녀 정책을 폈던 직후인 1980년대에 태어나 ‘소황제(샤오황디)’라고도 불리는 세대입니다. 대부분 외아들이나 외동딸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성장한 바링허우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지출한다는 점입니다. ‘주링허우(九零後)’ 세대는 중국이 개혁, 개방으로 일정 수준의 경제적 부를 이룬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로 제2기 소황제 세대라고 불립니다. 부모의 경제적 기반을 토대로 풍족한 유아·아동기를 보낸 주링허우는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세대입니다. 베트남의 ‘비나발렛(Vinavalet: 베트남 신흥 부유층)’, 러시아의 ‘노브이 루스키(Novyi Russkiy: 새 러시아인이라는 의미의 러시아 신흥 부유층)’ 등의 소비 성향을 살펴봐도 개성 강한 에고노믹스의 단면이 발견되는데요, 이들은 자신 내면의 목소리를 경청하는데 익숙하며 개인의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해 지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에고노믹스 현상이 진화한 형태인 믹스 앤 매치 소비, 노 브랜드 현상 등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받으며 성장하는 세계 각국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신이 의지에 따라 소비할 수 있는 연령대에 이르면, 에고 소비 패턴은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아야 하는 숙명을 지닌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은 에고 소비에 대응할 수 있는 현명한 전략 수립이 필요할 것입니다.

 

 


 

 Writer. 이효정
비즈트렌드연구회·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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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금융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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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우 2014.05.14 23: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몰개성이 아닌 다양성이 널리 널리 퍼지길.

  2. 금융공학 2014.05.28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중국염성님.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블로그 담당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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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4.12.23 1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4. 반장 2015.03.16 2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5. 반장 2015.03.16 2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